속초, 여름이 머문 자리 (둘째 날)

2024. 8. 1. 15:06다녀왔습니다

속초에서의 둘째 날 아침, 밤새 동해를 어루만지던 달빛은 여전히 푸른 기운을 머금은 채 하늘에 걸려 있었다. 어둠을 밀어내고 솟아오르는 태양은 금빛 물결을 바다 위에 풀어놓았고, 잔잔한 바람에 몸을 맡긴 파도는 부드럽게 해변을 쓰다듬었다. 아이는 밤새 꿈속에서도 바다를 헤엄쳤던 것일까. 눈을 뜨자마자 바다로 나가자는 말을 던졌다. 서둘러 아침을 먹인 후, 우리는 해변으로 향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는 발끝에 스며들었고, 점점 크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아이의 웃음소리도 덩달아 커져갔다. 어제의 해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해맑은 웃음을 띠며 모래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구명조끼와 튜브를 착용한 아이는 파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속초 해변 대여소가 가장 저렴하다, 튜브/구명조끼 5,000원, 보증금 현금 1만 원 필수!)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을 적시자 짧은 탄성을 내뱉었지만, 이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제법 거센 파도를 두려워하면서도 아이는 바다를 즐겼다.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아이는 두려움과 즐거움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바다와 하나가 되어갔다. 아이의 웃음소리와 즐거운 비명은 속초 해변을 가득 채웠다. 

 

 

두 시간 남짓, 아이에게는 너무나 짧았을 물놀이를 아쉬운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서둘러 씻고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우리는 식당 "아바이명가" 로 향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댓국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하얀 김을 헤치고 숟가락을 타고 오르는 뽀얀 국물은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넉넉히 담긴 쫄깃한 머릿고기와 부드러운 순대는 평범하지만 든든함을 주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투박한 정겨움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01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하도문속초'. 여름 햇살이 속삭이듯 이끄는 길 끝, 돌담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하도문속초' 가 모습을 드러낸다.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중정은 비밀스러운 별장의 정원 같았다. 싱그러운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듯 뻗어 있고, 자그맣게 흐르는 물소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설렘을 깨우는 듯했다.

 

01

 

 

 

마치 숲속 정원에 들어선 듯, 이끼 낀 작은 언덕 위에 놓인 바움쿠헨과 케이크는 숲 속 요정의 선물처럼 보였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우리는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했다. 아이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했다. 덕분에 아내와 나는 잠시 책을 펼쳐 들고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속초의 여름이 머문 자리를 뒤로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