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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여름이 머문 자리 (첫째 날)

아내바보 2024. 7. 30. 07:18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있었다.

 

어느 소설의 제목처럼, 우리 가족은 뜨거운 여름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짧은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속초, 더 정확히는 푸른 바다를 보기 위함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고속도로의 단조로움,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녹음,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 익숙한 풍경들이지만, 여행의 설렘은 모든 것을 새롭게 물들였다.

 

속초에 가까워질수록, 창밖 풍경은 푸른빛이 짙어지며 점점 더 바다의 색을 닮아갔다. 마침내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 터미널을 나서자, 속초의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깊고 맑은 하늘은 마치 푸른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고, 맑고 푸른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따사로운 햇살이 부서지는 속초 해변. 햇살 아래 잘게 부서져 반짝이는 윤슬은 마치 속초 바다가 숨겨둔 진주 같았다.

모래사장에서 불과 걸음 떨어진 곳에어반스테이 속초해변AB’ 자리하고 있었다.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이곳은,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잔잔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까지 걸어갈 있는 장점이다.

 

 

 

어반스테이 속초해변AB,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해오름로 167 리센오션파크 A,B동 (우)2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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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들어서자,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새하얀 침구와 회색 톤으로 꾸며진 객실은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에는 귀여운 구름 모양의 거울이 걸려 있어 아기자기한 멋을 더했다.

 

객실 한쪽, 미니멀한 디자인의 주방에는 조리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었고, 세탁기가 있어 해수욕으로 젖은 옷을 깨끗하게 세탁할 수 있었다. 욕실은 소박하지만 필요한 것들이 적절히 갖춰져 있었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 어메니티가 구비되어 있어 편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몸과 마음은 어느새 평온한 안식을 찾아갔다. 조용한 , 창문 너머 속초 바닷바람이 푸른 커튼 자락을 간질인다. 가득 평온이 깃들고, 바다는 잔잔하게 넘실거렸다.

 

 

 

저녁 식사는 숙소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편안함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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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테이블 위에는 갓 배달된 회 한 상이 차려졌다. 배달 용기를 열자 가지런히 놓인 횟감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투명하게 빛나는 도미, 쫄깃한 농어, 담백한 광어, 기름진 연어, 탱글탱글한 산 오징어까지.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혀끝에 닿는 쫄깃함과 함께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특히 쫄깃한 산 오징어에 보리막장을 듬뿍 얹어 마늘, 고추와 함께 깻잎에 싸 먹는 맛은 잊을 수 없는 별미였다.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막장과 알싸한 마늘, 매콤한 고추, 향긋한 깻잎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풍미가 폭발한다.

 

창밖으로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마주하며 먹는 저녁 식사는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한 점 한 점 음미하는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바다의 풍경은 눈에 담지 못했지만, 바다의 맛을 입안 가득 채우며 속초의 밤은 깊어간다.

 

 

"우리 밤 산책 가자!"

 

온통 쪽빛으로 짙게 물든 속초의 밤하늘, 그리고 투명함이 너무나 놀라웠던 동해 바닷물.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파도 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따라왔고, 서늘한 밤공기는 뺨을 스쳤다.

 

아내와 나는 손을 맞잡고 걸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첨벙거렸다.

 

 

"꺄르르!"

 

아이의 웃음소리가 밤바다에 울려 퍼졌다. 달빛에 반짝이는 바닷물은 아이의 웃음만큼이나 맑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하늘은 푸른 벨벳을 펼쳐놓은 듯 고요하다. 짙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관람차가 밤의 여왕처럼 우아하게 서 있다. 찬란한 불빛으로 치장한 관람차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검푸른 하늘에 수를 놓는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다. 

 

윤동주의 시구처럼, 속초의 밤하늘은 여름의 절정으로 가득 있다. 시인은 가을 하늘에서 별을 헤며 쓸쓸함을 느꼈지만, 나는 여름 하늘에서 관람차의 불빛을 보며 동심을 느꼈다. 그날의 기억은, 마음속에 푸른 파도를 남겼다. 우리가 걸었던 속초의 여름밤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반짝일 것이다.